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국내 주요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개 법인과 핵심 임직원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정유사들은 이미 상당한 양의 원유를 저가에 비축해 둔 상태였습니다. 국제 유가 상승 흐름을 즉각 반영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음에도,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금가를 폭등시켰습니다.
직접적인 가격 짬짜미를 주도한 것은 시장의 양대 축인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였습니다. 이들은 전쟁 직후 각사 가격결정 책임자들을 통해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30~40원 높게 올리는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검찰이 파악한 두 회사의 직접 담합 규모만 14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경쟁사의 가격 폭등 흐름을 그대로 받아먹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파급 효과까지 더하면, 전체 시장에서 발생한 경쟁제한 효과는 무려 26조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L당 1,800원을 돌파하며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갱신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불합리한 폭리 시도에 단호한 대응을 지시하던 바로 그 시각, 정유사 내부의 분위기는 축제 그 자체였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에쓰오일 가격결정부서의 사내 메신저 대화방은 대중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줍니다. 이들은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라며 서슴없이 폭리를 자축했습니다.
이들의 대담함은 정부와 사법당국을 속이는 기만행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정유사들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일일 판매 가격을 실제 인상한 것보다 훨씬 낮추어 허위로 보고했습니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국가 통계 가격 자체에 허위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하달된 당일에도 HD현대오일뱅크는 '휘발유 1955원, 등유 2515원, 경유 2185원'이라는 고점의 가격 인상 확정 정보를 SK에너지 측에 태연히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정유사명 | 가격 담합 및 시장 교란 혐의 정황 | 검찰 기소 및 법적 처분 결과 |
|---|---|---|
| HD현대오일뱅크 | • 최소 2024년 7월부터 SK에너지와 상호 가격 정보 밀실 공유 • 전쟁 직후 SK에너지가 30~40원 높게 책정하도록 사전 합의 주도 |
• 법인 기소 • 가격결정부서장 구속 기소 • 책임매니저 및 법무실장 불구속 기소 |
| SK에너지 | • HD현대오일뱅크와 14조 2,000억 원 규모의 직접 가격 인상 담합 • 타사 가격 조사를 위한 전담 직원 지정 및 대응 문건 작성 |
• 기소 제외 (형사처벌 면제) • 담합 경위 자백 후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승인 |
| GS칼텍스 | • 두 회사가 띄워놓은 담합 가격을 그대로 쫓아가는 가격 폭등 편승 • 공정위 현장조사 전 사내 가격회의 메신저 방 조직적 삭제 |
• 법인 기소 (전량구매 갑질 혐의) • 국내영업 부문장 불구속 기소 (증거인멸) |
| 에쓰오일 | •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내부 환호 속 담합 가격 추종 • 자영 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부당 전량구매 강제 계약 유지 |
• 법인 기소 (전량구매 갑질 혐의) • 가격 담합 직권 기소는 증거 부족으로 제외 |

정유 4사의 만성적인 폭리 구조 배경에는 자영 주유소들을 상대로 한 악질적인 '갑질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미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주유소 의사에 반하는 전량구매 계약 체결'이 엄격히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시장 점유율 98.6%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강제해 왔습니다. 공급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물론, 더 저렴한 경로를 찾아 타사 제품을 일부 섞어 받은 주유소에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불이익을 주며 시장 경쟁을 완벽하게 차단했습니다.
정부의 감시망이 좁혀오자 이들이 택한 것은 대담한 범죄 은폐였습니다. 지난 3월 공정위의 기습 현장조사 사실이 내부 조력자 등을 통해 유출되자,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C씨는 타사 가격 정보를 취합한 내부 비밀 자료를 무단 삭제했습니다. GS칼텍스의 국내영업 부문장 D씨 역시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격 결정 회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던 사내 메신저 단체방을 통째로 폭파하고 삭제했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리니언시 제도의 씁쓸함: 짜고 친 SK에너지는 기소 면제 이번 수사 결과에서 대중을 허탈하게 만드는 대목은 가격 인상 합의를 주도하며 14조 원대 담합을 벌인 SK에너지와 그 임직원들이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범행을 저지른 후 발 빠르게 검찰에 자백하고 내부 정보를 넘기는 조건으로 처벌을 면제받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함께 담합을 주도한 HD현대오일뱅크의 부서장은 구속되었고, 직접 협의 증거는 없으나 가격을 사후 추종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의식적 병행 행위'라는 법리적 한계 덕분에 가격 담합 형사처벌을 피해 전량구매 계약 불공정 혐의로만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의 전격 기소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유 4사는 공식 입장문 발표를 거부한 채 로펌을 선임해 대규모 법정 공방을 준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가 무죄를 받아내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공정위가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을 적발해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당시에도, 정유사들은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으로부터 "담합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최종 판결을 받아내며 완전히 면죄부를 받았던 성공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팀의 기류는 과거와 완전히 다릅니다. 사내 메신저 내부 고발 자료와 리니언시를 통한 SK에너지의 직접 확약 진술, 그리고 정부 허위 보고 정황까지 빼도 박도 못할 스모킹 건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적 재난과 국제 혼란을 틈타 서민들의 유가를 교란한 중대 범죄인 만큼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공조를 통한 철저한 재발 방지를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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