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23.오늘의 일들 : 세탁기에 비쳐 촬영된 '37분의 성폭행' / 영남 집어삼킨 거대 산불
1. 세탁기에 비쳐 촬영된 '37분의 성폭행'
당초 성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던 20대 남성이 범행 장면이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비친 것이 촬영돼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성폭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특수감금,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4)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기관 등에 7년간 취업 제한과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3~4월 교제하던 피해자 B 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휴대전화에 여성들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둔 사실을 들킨 뒤 결별을 통보받자 이튿날 B 씨를 찾아가 장시간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당초 A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피해자 진술 말고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피해자는 약 39분 분량의 증거 영상을 제출했는데, 영상 속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타나는 건 2분여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영상 속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나머지 약 37분간의 A 씨 범행 장면이 비쳐 촬영된 사실을 확인하고 대검 법과학분석과에 영상 확대와 화질 개선 등 감정을 요청해 선명한 증거를 확보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A 씨는 수사팀이 영상 분석 결과 등 증거를 제시하자 모두 자백했다. 특히 수사팀은 다른 여성들에 대한 A 씨의 추가 범죄 사실까지 밝혀 재판에 넘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수사 과정에서 줄곧 변명으로 일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각 범행을 모두 자백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 사건 각 범행 이전까지는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으며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한 명과 추가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줄 요약 :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던 24세 남성이 범행 장면이 세탁기 뚜껑에 비친 증거로 인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2. 영남 집어삼킨 거대 산불
주말 동안 전국 곳곳에서 산불 30여 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큰불로 번졌다. 특히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에서 수일째 산불이 이어지며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23일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산청·의성·울주·김해 4개 지역에서만 축구장 7205개 크기에 해당하는 총 5142㏊ 규모 산림이 불에 탔다. 이는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2만523㏊) 이후 최대 규모다.
산청에서는 사흘째 산불이 이어지면서 창녕군 소속 공무원 1명과 진화대원 3명 등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중상 5명, 경상 1명 등 6명이 부상했다. 의성과 울주에서도 각각 1명, 2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주택 피해도 컸다. 산청과 의성에서 총 49동이 불에 탔다. 산청에서 주택과 사찰 등 15동, 의성에서는 주택 24동이 전소하고 5동이 일부 피해를 입었다.
산림 피해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5142㏊가 불에 탔다. 지역별로 보면 의성이 3510㏊로 가장 크고 산청 1362㏊, 울주 180㏊, 김해 90㏊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민들의 대피도 이어졌다. 현재 총 1081명이 각 지역 임시대피소로 피신했다. 산청에선 임시주거시설로 운영하던 한국선비문화연구원과 하동으로까지 산불이 근접하면서 이곳에 있던 주민들이 인근 13개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의성에선 산불 우려 지역 32곳 마을 주민이 15개 대피소로 이동했다. 요양병원 2곳과 요양원 1곳의 환자 전원도 대피했다.
울산 울주에서도 이틀째 산불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산불이 나자 울주군 온양읍 4개 마을 주민 80여 명이 4개 대피소로 분산 대피했다. 울주 산불 때문에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IC~청량IC 구간 통행이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 마을의 98가구도 인근 2개 대피소로 이동했다.
산불 현장에는 여전히 강한 바람과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어 진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산불 대응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고 울산, 경북, 경남 일원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산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산불이 급격하게 확산된 것은 지형과 기상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불이 난 산청군 시천면 야산의 지형은 30도가량 경사가 져 가파르다. 이는 뜨겁고 가벼운 불이 더 잘 번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까지 겹치면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올해 최근 산불 발생 사례는 크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17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전국에서 4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99건, 올해 들어선 총 215건의 산불이 났다. 작년 한 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79건인데 최근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기록과 맞먹는 수치다.
이 가운데 기상청이 대구와 경북 동해안 지역에 '건조경보'를 발령하며 산불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대구(군위 제외)와 경북 경산·영덕·울진 평지·포항·경주에 대해 건조주의보를 건조경보로 격상해 발령했다.
여기에 24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이 예보돼 있어 산불에 대한 경계심을 보다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고, 산지에는 태풍급인 초속 20m 안팎의 돌풍이 예상된다. 작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사는 이번 산불과 관련한 피해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산불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10억원씩 기부했다. 또 이재민이나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 지원도 진행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