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7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 탑승객 총 181명(승객 175명·태국인 2명 포함, 승무원 6명) 중 사망 177명, 부상 2명, 실종 2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했던 항공기 사고 기준으로 1983년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격추됐던 사건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객실 승무원 2명은 구조돼 서울이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희생자는 무안공항 안에 설치된 임시 영안실에 안치 중인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유가족과 합의해 외부로 이송할 예정이다.
정부가 무안국제공항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만큼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 54분 관제탑의 착륙 허가, 57분 조류 이동 주의 이후 59분 조종사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요청이 있었다. 이후 1차 착륙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한 후 복항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했다. 복항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채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났다.
우리나라에서 동체 착륙은 흔하지 않다. 1991년 대구공항에서 대한항공 363편(보잉 727-200기종)이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이 최근의 동체 착륙 사례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비행 기록 장치와 음성 기록 장치를 모두 수거해 정밀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면밀하게 내용을 검토해 사고 원인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사고 원인으로 조류 충돌을 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국토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에서 조류 충돌을 피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음에도 조류 충돌이 있다"며 "사고 원인이 조류 충돌인지 다른 원인인지 등 복합 요인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이 조류충돌 관련 전담인력이 없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무안공항에선 조류 충돌과 관련 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야외에선 1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동체착륙 당시 사고 항공기와 역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착륙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기상 상황은 풍향은 110도 방향에 풍속은 2노트, 시정(가시거리)은 9㎞ 정도로 파악됐다"며 "항공기 기준으로 살짝 역방향이지만 미풍이어서 활주로 양방향을 다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조종사의 메이데이 선언 이후 동체착륙에 대비해 화재 예방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정상 항공기 사고가 날 경우 2~3분 내 긴급출동하는 체제가 평상시에도 구축돼 있다"면서 "이번 사고에서 해당 규정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조사해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간대별로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굉장히 짧은 시간에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그런 조치가 확실하게 이뤄졌을지 (의문이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정부가 사고 여객기의 정비기록을 확보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여객기의 정비 기록도 제출받아 검토 중이다. 사고 여객기의 고장 기록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확인이 되지 않았다며 "미국 제조사와 당국이 국내에서 합동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새떼와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연기와 유독가스가 기체 내부로 유입되자 급하게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 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분 지연된 8시 50분으로 도착 시간이 정정, 공지됐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며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200m 상공에서 우측 날개와 엔진에 새떼가 부딪혔다.
여객기는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렸다. 착륙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 같은 내용을 기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 이어 기장은 2차 착륙을 시도하겠다고 관제탑과 교신한 뒤 공항 상공을 선회했지만 그사이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했다. 교신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충분한 활주로 길이에도 불구하고 기체 내부로 연기와 유독 가스가 들어오면서 연료 소진과 같은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비상착륙에 나섰다"며 "엔진 계통이 악화돼 전자 및 유압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랜딩 기어도 내려오지 않은 채 착륙한 것 같다"고 했다.
비상 상황에 관제탑은 전담 소방대를 활주로 인근에 대기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관계자는 "좀 더 일찍 랜딩 기어 고장을 알았다면 (기체에 남아 있는) 연료를 쓰게 하고, 활주로 바닥에 마찰계수를 높이고 화염을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을 도포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한시가 급했다"고 말했다.
2차 착륙 시도 당시 활주로 진입 및 랜딩 각도는 양호했고, 기장은 수동 조종으로 전환했다. 공항 관계자는 "활주로에 내린 뒤 감속을 날개(엔진) 역추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조향도 불가능해 활주로 끝자락 외벽과 충돌했다"고 했다.
착륙 직전 조류 충돌을 시사하는 사고기 탑승자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인됐다. 해당 메시지에 따르면 9시 정각 한 탑승자는 지인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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