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중미 월드컵 32강 토너먼트 진출 실패라는 뼈아픈 결과를 안고 지난달 30일 수많은 팬들의 야유 속에 입국했던 홍명보 전 감독이 이틀 만인 2일, 다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습니다. 당분간 미국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으로 알려진 홍 전 감독은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월드컵 실패 원인에 대해 "제가 할 이야기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가장 큰 의혹 중 하나인 대표팀 내부 불화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홍 전 감독은 "선수들 전체적으로 내분은 없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옌스 선수가 규율 위반으로 경기에서 배제되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명확히 부인했습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국회 청문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귀국 날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홍 전 감독은 출국 전날인 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본인을 향한 거센 비판 여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민적 비판에 억울함은 없다.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특히 조별리그 조기 탈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 3차전(0-1 패) 전술에 대해서 해명했습니다. 당시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서 주장 손흥민과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을 두고 축구계 안팎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전 감독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선수 기용 논란에 대한 홍명보 전 감독의 해명 "경기 전에 우리가 펼칠 '게임 모델'을 명확히 정리하며,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내가 선수를 출전시키고 그 결과도 감독이 책임지는 게 맞지만, 누구도 처음부터 전술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없다. 결과가 잘 이뤄지면 좋은 감독, 그렇지 않다면 좋지 않은 감독이 되는 것이다."
그는 체코와의 1차전에서 교체 투입되어 결승골을 넣은 오현규의 예를 들며, 축구 현장에서의 선수 기용 및 전술 비판은 상당 부분 결과론적인 해석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의 분노는 단순히 축구장 안에서의 비판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그리고 홍명보 전 감독을 강요·협박·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전격 고발했습니다.
서민위는 고발장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기만적인 감독 선임 과정을 정조준했습니다. 특히 홍명보 전 감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 고발 대상자 | 주요 고발 혐의 및 서민위 측 주장 내용 |
|---|---|
| 정몽규 축구협회장 이임생 전 기술이사 |
• 강요, 협박, 업무방해 •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관계자들을 위협·협박하여 정상적인 선임 업무를 방해함. |
| 홍명보 전 감독 | • 업무상 배임 • 월드컵에서 철저한 '무전술·무전략'으로 선수들에게 고통을, 국민에게 모욕을 안김. • 능력에 맞지 않는 고액 연봉을 국민 혈세로 수령했으므로 기망에 의한 배임이며, 해당 연봉을 전액 회수해야 함. |
또한 서민위는 지난 2024년 7월 이미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을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가 2년 4개월이 넘도록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강력하게 규탄했습니다. 전날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사건이 이송된 것에 대해 수사 지휘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신속하게 검찰에 송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의 최정점에 있는 성인 축구 국가대표팀은 승패를 떠나 시스템의 공정성과 리더십의 '품격'을 상실했을 때 어떤 사회적 파장을 낳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 개인의 전술 역량 부족을 넘어 선임 과정에서의 밀실 행정 의혹, 그리고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축구는 역대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칼날이 축구협회 수뇌부의 배임 및 업무방해 의혹을 향해 좁혀오는 지금, 대한민국 축구계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투명한 시스템 개혁 없이는 팬들의 신뢰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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