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가스·안전관리 부실 논란 속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유족·노동계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필요”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19세 청년 노동자의 사망이 발생 1년 9개월 만에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됐다. 유독가스 노출과 안전관리 미흡 등 현장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그동안 ‘개인 지병’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사고의 성격이 뒤늦게 바로잡혔다. 노동계와 유족은 늦어진 판단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번 결정을 계기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19세 현장실습생, 홀로 작업 중 쓰러져 사망
전북 지역 직업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 박정현 씨는 2023년 11월 전주페이퍼 공장에 현장실습생으로 투입된 뒤, 이듬해 생산팀에 정식 입사해 근무를 이어왔다. 입사 약 6개월 만인 2024년 6월 16일 오전 8시께, 박 씨는 공장 내 배관 점검 업무를 위해 단독 작업에 나섰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동료 직원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된 박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점도 뒤늦게 확인되며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제기됐다.
🔹 황화수소 검출…유해 환경 속 작업 정황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치명적인 유독가스인 황화수소(H₂S)가 측정기 한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황화수소는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될 경우 호흡 마비와 의식 상실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물질이다.
노동계는 이러한 환경에서 보호장비와 안전조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작업 강도 등 복합적인 유해 요인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개인 지병” 주장했던 사측…산재 인정으로 뒤집혀
사측은 그동안 해당 사고에 대해 개인 지병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제기하며 산업재해 책임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정에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면서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뒤집히게 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사측이 사고 원인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며 “책임 회피를 넘어 진실 왜곡까지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 21개월 지연…유족 “산재 인정이 최소한의 출발”
산업재해 인정까지 21개월이 소요되면서 유족이 겪은 고통도 컸다. 유족은 사고 이후 회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인정,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뒤늦게 사측의 사과와 일부 합의가 이뤄졌지만, 유족은 줄곧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은 산재 인정”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번 결정은 그러한 요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진 결과로 평가된다.
🔹 노동계 “산재 인정은 시작…책임 규명 필요”
노동계는 이번 산재 승인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추가적인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전주페이퍼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고용노동부 및 근로복지공단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사과, 실효성 있는 산업안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산재 승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을 분명히 묻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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