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59분30초 세계신기록…케젤차도 동반 돌파, ‘슈퍼슈즈·과학·조건’ 결합
남자 마라톤의 마지막 금기로 여겨졌던 ‘2시간 벽’이 마침내 공식 대회에서 무너졌다. 케냐의 세바스티안 사웨가 런던 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하며 인류 최초로 공인 경기에서 ‘서브2’를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인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영역이 실제 경기 환경에서 극복됐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 인류 한계 ‘서브2’, 공식 무대에서 처음 무너지다
27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사웨는 1시간 59분 30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과 동시에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2023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켈빈 킵툼이 세운 2시간 0분 35초를 1분 5초 앞당긴 것이다. 기록 단축 폭 자체만으로도 이례적이지만, 무엇보다 마라톤 42.195㎞를 2시간 이내에 완주한 최초의 공식 기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마라톤의 ‘서브2’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상징하는 기준으로 여겨져 왔다.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체온 유지, 에너지 효율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극한 수준에 도달해야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비공인 이벤트에서 1시간 59분 40초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당시에는 페이스메이커 교체, 레이저 유도선 등 특수한 조건이 적용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런던 마라톤은 동일 규정과 경쟁 환경에서 이뤄진 기록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의미의 첫 ‘공인 서브2’로 평가된다.
🔹 상위 3명 모두 세계기록 돌파…종목 전체가 바뀌었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개인 기록 경신을 넘어 마라톤 환경 전체의 변화를 보여준 경기였다.
2위를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는 1시간 59분 41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사웨와 함께 2시간 벽을 돌파했다. 특히 그는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에서 이 같은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3위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 역시 2시간 00분 28초를 기록해 기존 세계기록보다 빠른 성적을 냈다.
한 대회에서 1·2위가 동시에 서브2를 달성하고, 3위까지 종전 세계기록을 넘어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결과다.
AP 통신은 이를 두고 “한 대회에서 상위권 선수들이 동시에 세계기록 수준을 넘어선 것은 마라톤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기록 혁신이 특정 개인의 능력을 넘어, 훈련 방식·장비·환경이 결합된 종목 전체의 진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 초반 절제, 후반 폭발…완성형 레이스의 전형
사웨의 레이스는 전략적으로 완성된 경기였다.
그는 하프 지점을 1시간 29초로 통과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했다. 이 시점에서는 서브2 달성이 불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이는 의도된 전략이었다.
30㎞ 지점 이후 사웨는 케젤차와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하며 점진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35㎞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오히려 페이스를 더 높였고, 후반부에 강한 가속을 만들어냈다.
마라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초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후반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에너지 관리 능력이다. 사웨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40㎞를 넘어서면서 서브2 가능성이 현실화됐고, 마지막 1㎞ 구간에서 그는 강력한 스퍼트를 통해 케젤차와의 격차를 벌렸다.
버킹엄궁 앞 ‘더 몰(The Mall)’ 구간에서 이어진 질주는 이번 레이스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사웨는 경기 후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며 “시간을 확인했을 때 믿기 어려울 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 완벽한 기상 조건…기록을 만든 ‘환경 변수’
이번 기록 달성에는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대회 당일 런던의 기온은 약 15도 수준으로, 장거리 달리기에 가장 이상적인 온도 조건이 형성됐다. 바람 역시 강하지 않아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유리했다.
영국 BBC는 “기온과 바람 모두 빠른 기록을 내기에 이상적인 조건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웨는 후반 21.0975㎞를 59분 01초에 주파하며 후반부에서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네거티브 스플릿’에 가까운 레이스를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체력뿐 아니라 체온 조절, 수분 공급, 에너지 배분이 정교하게 결합된 결과다.
🔹 97g ‘슈퍼슈즈’…기술이 만든 기록 혁신
기록 경신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장비 기술이다.
사웨와 케젤차는 모두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착용했다. 이 러닝화는 약 97g에 불과한 초경량 구조로, 일반 러닝화 대비 절반 수준의 무게다.
탄소판과 고반발 소재를 적용해 추진력과 에너지 반환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제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반환율은 11% 향상됐고, 러닝 효율은 1.6% 개선됐다.
출시 전에는 약 500유로에 달하는 가격으로 ‘고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서브2 기록 이후 시장 반응은 급변했다.
“세계기록을 만든 신발이라면 오히려 가치가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며 기술력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동시에 탄소판 러닝화를 둘러싼 ‘기술 발전’과 ‘기술 도핑’ 논쟁도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 철저한 자기관리…25차례 도핑 검사 자청
사웨의 기록은 준비 과정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많다.
그는 베를린 마라톤을 앞두고 스스로 추가 도핑 검사를 요청하며 총 25차례 검사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규정 준수를 넘어 자신의 경기력과 훈련 과정을 투명하게 증명하려는 선택이었다.
이 같은 철저한 자기관리는 그의 훈련 체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웨는 “준비와 규율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강조하며 이번 기록의 배경을 설명했다.
🔹 여성부도 세계신기록…마라톤 ‘완전히 다른 시대’
이번 런던 마라톤은 남자부뿐 아니라 여성부에서도 역사적인 기록이 나왔다.
에티오피아의 티그스트 아세파는 2시간 15분 41초를 기록하며 여자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남녀 모두에서 세계기록이 동시에 나온 이번 대회는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마라톤이라는 종목 자체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인류의 한계로 여겨졌던 ‘2시간 벽’이 무너진 지금, 마라톤은 더 이상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계속 만들어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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