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고서 공개…로컬라이저 구조물이 피해 키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해 12월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사고 지점에 설치된 콘크리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객 전원이 중상 없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그간 유지해온 “규정 위반은 없었다”는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국회에 제출된 시뮬레이션 결과 공개
8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담겼다.
항철위는 지난해 3월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 피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팀은 수퍼컴퓨터를 활용해 항공기, 활주로, 공항 시설물 조건을 가상 구현한 뒤 충돌 상황을 정밀 분석했다.
🔹 “둔덕 없었다면 활주 후 정지”
분석 결과, 사고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지 않았다면 동체 착륙 이후 활주로를 따라 약 770미터를 미끄러지듯 이동한 뒤 멈췄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탑승객에게 치명적인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시됐다.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가 아닌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됐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기는 공항 외곽 담장을 넘어 인근 논밭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중상자 발생 가능성은 낮았다는 것이다.
🔹 콘크리트 구조가 피해 키웠다는 분석
해당 연구 결과는 최종 조사 결론은 아니지만, 사고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해 온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시설은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밀 접근 활주로의 경우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미터 이내에 설치되는 시설물은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국토부, 첫 공식 인정
국토부는 사고 직후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 “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후 박상우 당시 국토부 장관이 규정 해석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언급한 적은 있으나, 규정 미이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컬라이저 안전 기준은 2003년 제정됐으며, 무안공항 개항 이후인 2010년부터 적용됐다. 특히 2020년부터 2024년 초까지 진행된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 당시에도 해당 기준이 유효했던 만큼, 구조 개선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설계 단계서 누락…관리 부실”
김 의원은 설계 용역 입찰 단계에는 ‘부서지기 쉬운 구조 확보 방안’ 검토가 포함됐지만, 이후 보고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수용한 점 역시 관리·감독 부실로 지적했다.
김 의원은 “둔덕이 없었다면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부의 기존 설명은 설득력을 잃었다”며 “설계부터 개량 공사, 유지 관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가족 “불가항력적 사고 아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보고서는 이 참사가 불가항력적 사고가 아니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결과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수퍼컴퓨터 기반 충돌 시뮬레이션과 좌석별 충격량 분석에 따른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 “조사 결과 은폐…진실 밝혀야”
유가족협의회는 해당 연구 결과가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항철위와 경찰이 연구 진행 과정부터 결과 보고서까지 철저히 차단했고, 유가족의 반복된 공개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이는 유가족을 기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가 발주하고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용역이라는 점에서, 사고 책임 주체가 스스로 조사 틀을 쥐고 결과를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둔덕이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왜 2020년 개량 공사 때 바로잡지 않았는지, 왜 1년 넘게 진실이 가려졌는지에 대해 반드시 책임 있는 답이 필요하다”며 “179명의 희생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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