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앞두고 종이 공보물 효율성 논란 재점화… 유권자 10명 중 9명 “제대로 읽지 않는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가정에 배달된 종이 선거공보물이 제대로 읽히지 않은 채 폐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선거 때마다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상당수 유권자는 공보물을 읽지 않거나 봉투째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이 공보물 의무 발송 제도를 재검토하고 전자공보물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우편함 가득 쌓인 선거공보물… 개봉도 없이 폐기
2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선거공보물이 담긴 봉투 수십 개가 개봉되지 않은 채 우편함 아래에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일부 주민들은 우편함에서 공보물을 꺼내자마자 분리수거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수진 씨(29)는 “공보물이 오자마자 바로 버렸다”며 “읽지도 않는 종이에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어린이집 교사 최예나 씨(27) 역시 “인터넷으로 후보자 정보와 공약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종이로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버리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공보물은 유권자가 후보자의 이력과 공약, 정책 방향을 비교할 수 있도록 후보자가 직접 제작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자료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0일 전까지 각 세대에 공보물을 의무적으로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후보부터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까지 지역별로 수십 종의 공보물이 유권자들에게 배달됐다. 하지만 실제 활용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자세히 읽는다” 11%뿐… 대부분은 훑어보거나 폐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전국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종이 공보물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반면 ‘대충 훑어본다’는 응답은 5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읽지 않는다’가 17.5%, ‘봉투째 버린다’가 18.8%로 집계됐다.
결국 응답자 10명 가운데 약 9명은 공보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종이 공보물 제작과 발송에 투입되는 예산 대비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 선거 때마다 수백억 원 투입… 늘어나는 비용 부담
선거공보물 제작과 발송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제작된 후보자 공보물은 약 5억8천만 부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제작비를 제외한 우편 발송 비용만 약 299억 원이 투입됐다.
같은 해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관련 예산이 약 320억 원이었고, 지난해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약 370억 원이 편성됐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등록 후보자가 7,829명으로 직전 지방선거보다 213명 증가했다. 후보자 수 증가에 따라 공보물 제작과 발송 규모 역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발송 비용은 3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후보자 개인이 부담하는 공보물 제작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후보자들은 법정 선거비용 한도 내에서 공보물을 제작하며, 일정 득표율 이상을 기록하면 국가가 해당 비용을 보전한다.
🔹 후보자도 부담 호소… 공보물 축소·QR코드 활용 증가
막대한 비용 부담은 후보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열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는 공보물 분량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한 후보가 상대 후보의 공약 설명 부족을 지적하자, 해당 후보는 선거자금 문제로 공보물 분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후보는 공보물 분량을 줄이거나 QR코드를 삽입해 온라인에서 세부 공약을 확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의 경우 비용 부담 때문에 명함 크기의 공보물을 제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 전자공보물 도입 요구 확대… 제도 개선은 답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전자공보물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7%가 전자공보물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모바일 링크 등을 활용해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면 예산 절감과 종이 사용 감소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단체들도 종이 공보물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후보자 수가 증가할수록 사용 후 버려지는 종이의 양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유권자들에게는 여전히 종이 공보물이 중요한 정보 제공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종이 공보물을 즉시 폐지하기보다 유권자가 종이 공보물과 전자공보물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공보물 분량을 줄이고 QR코드를 활용해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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